지난 날

이웃집의 절름발이 형

금빛오오라 2008. 9. 26. 17:25

2004. 8. 27. 작성.

 

초등학교 저학년때 쯔음...
우리 동네 가계에 나이가 대여섯살정도 더 많은 사람이 있었지.
무슨 수퍼였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그 형은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다쳐 절었는데...
이놈의 동네 말썽꾼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지.

멀리서 절뚝거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나: "야~ 다리 빙시야 메롱~"
절름발이 형: "아니 이 녀석이..."
하며 절뚝거리며 나를 잡으러 오는데 그 긴장감이란... 쫓고 쫓기는 시간이 흐른 후 끝내는 잡히는데...

절름발이 형: (거친 숨을 내쉬며) "너 자꾸 놀릴래?"
나: "다시는 안 그럴께요."
절름발이 형: "진짜지? 다시는 안그러지?"
나: "네 다시는 안 그럴께요. ㅜ.ㅜ"

그럼 풀어주는데...
뉘우치는 듯하며 한참을 돌아가다 안전거리가 확보되면...
나: (돌아서서) "야이. 다리 빙시야. 다리 빙시야~~"(큰 소리로 외치며 쏜살같이 도망을 갔지.)

추격전이 시작되면 서너번중에 한번은 안 잡혔는데.. 잡힐때마다 나를 잡고 훈계한 후에 어김없이 풀어줬어.
풀어주면 나도 어김없이 다시 놀리며 도망가곤 했는데 가끔은 연속 세번정도도 잡히곤 했었지.
그렇게 놀려대도 한번도 나를 때리지 않았으니...
이러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데...

중학교 고등학교때는 그 형을 거의 보지 못했고... 시간이 많이 흘러 대학에 가니 이 일을 우째~~~
같은 학교여서 그 형과 자주 마주치게 되었는데...

철이 좀 들어 쑥스럽고 너무 미안했지만, 만날 때마다 인사도 잘~~ 깍듯이 ^^ 친근히 ^^ 진심으로...
형과는 차츰 친해지기까지 되었어...

그 형 가계에도 자주 갔는데 안부를 묻고 서로를 위해줬었지...
마주칠 때마다 예전에 했던 짓�은 행동의 이미지가 슬라이드처럼 지나가고 해서 쑥스러웠지만, 그 형 못본지 10년도 더 넘었네...

지금은 뭐하고 있을까.. 아~ 한대라도 날 때려 줬더라면 이렇게 미안하진 않을건데...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형!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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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란 단어가 비속어 같아서 사전에 찾아보니 표준어군요.
그래서, 그대로 적습니다. 그러한 것에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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