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외삼촌과 내 고추

금빛오오라 2008. 9. 26. 17:27

2004. 8. 27. 작성.

 

초등학교 저학년때 방학만 되면 외가댁에 한참을 가 있었는데...
부모님은 말썽꾸러기 안보니 좋고, 형제들은 싸움꾼을 보내니 싫어 하지 않았고, 외할머니는 귀여운 손주 보니 좋아하셨지.

외가댁에 갈때마다 이삼일 정도는 재미있게 놀다가 놀거리가 없어 무료한 나날을 보내야 하는데...

동네애들과 잣치기도 하고 겨울엔 썰매도 타고 뱃집이라 불렀던 곳의 막내, 나보다도 두세살 어린 그 꼬맹이가 부모님 몰래 탁구공만한 배를 하나씩 따와서 나한테 개당 10원씩에 팔았었지. 어찌나 맛있던지...
한참을 먹다가 꼬맹이 아버지한테 들켜서 내가 교사범으로 몰리기도 했었지.^^

-----------

동네엔 과자를 파는 가계가 없어서 주민들끼리 돌아가면서 집안에 임시로 과자를 팔고들 했지.

몇집 건너... 라면땅 파는 집 바로 앞집에 나보다 한두살이 더 많았던 하인이 장갑을 끼고 불을 지피고 있었지.
나: "그거 뭐로?"
하인: "이거는 불 안붙는 장갑이다."

불붙지 않는 장갑이라 어찌나 신기했던지 아직도 무척이나 컸던 장갑이 어슴프레 기억이나네. 같이 장작을 때기도 하고...

------------

외삼촌은 맨날 나를 따돌리고 혼자 어디 놀러가려고 했고, 나는 따라가려고 했고...
외할머니도 같이 놀아주라고 했었지.

세째 외삼촌에게 목마 타다가 뒤로 떨어져 뒤통수가 바닥에 쾅~
그러고도 멀쩡했던 것보면 돌은 돌인가 보다...

------------

외가댁 바로 앞집도 먼 친척 집이었는데 그곳엔 두살어린 여자애가 방학때가 되면 가끔씩 오곤했지. 내가 가면 꼭 '왜 왔어~ 나가" 하며 고함을 지르며 쫓아내는데, 겁먹고 항상 도망왔던 나.
어찌나 무섭던지... 그 집엔 장닭도 한마리 있어서 가서 놀고 싶은 마음에 마음을 조렸었지.^^
재미있는 건 못참는 성격이라.
그 여자아이를 물리쳐주지 않고 웃기만하는 삼촌이 원망스러웠어.
지금 생각하면 그 애는 참 맹랑했고, 귀엽기도 하지. 하하.

------------

외가댁에 가게되면 정말 싫었던게 이삼일후엔 지루해지는 것과 TV가 없다는 것이었어.
그때만해도 TV가 있었던 집은 별로 없었으니..
저녁을 먹고 오토바이집이라고 하는 곳에 가면 온동네 사람들이 TV앞에 북적북적...
동네 꼬맹이들이 가장 앞~, 다음은 학생들, 다음이 아낙네들, 주로 아주머니들은 문을 활짝 열어놓고 방밖 문지방 너머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TV를 보셨지.
적게는 10명내외. 많을땐 자리도 없어~~

처음 갈때 몇일동안은 "니 누집애로?" 라는 말에 시선집중을 받아야 했으며...
그 분위기는 호떡집과 극장의 중간정도라고나 할까...

------------

저녁먹고 외삼촌과 들판에 누워 하늘을 보면 별들이 빽빽~ 어찌나 별이 많았는지 밤하늘이 오히려 빽빽한 별로 하얗게까지 보였으니...
별똥별을 먼저 본 사람이 임자이고 자신이 본 것이 더 밝고 더 길게 떨어지면 이기는 게임을 했었지.

------------

놀다 지쳐 잠자고 있는데..
밤늦게 이모와 이모 친구분 3명이 와서 잠자고 있던 나를 깨워 가장 이쁜 사람이 누구냐고 박수치며 서로 나를 부르며 시끌벅적 대었던 날...

이모를 선택해야하는데 더 이쁜 사람이 있어서 난감해 가만히 있으니 그냥 손가락으로 가리키라나...
이곳저곳을 뚫어지게 보며 분석하여 가장 미인 한명을 겨우 뽑아주니 역시나 이모의 친구.
이모도 한 인물 했지만 더 이쁜 걸 어떻게 해~~
4등 하신 분은 마음이 아주 착하셨지.. 나를 꼬옥 껴안아줬었지. 내가 꼭 껴안아 줬어야 했는데...

다시 이불 덮어쓰고 자려하니 이때부터 외삼촌의 괴롭힘이 시작되다~
나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말로 '왜 이모가 제일 이쁘다고 안 뽑아줬어?'
한참을 볶이다 겨우 잠 들었었네...

------------

으~ 막내 외삼촌...
외삼촌(막내라서 꼰바리 외삼촌이라 불렀음)이 고추를 보여주면 (100원을 보여주며)100원을 주겠다해서 돈은 갖고 싶고 보여주긴 싫고..
한참을 실랑이하다 끝내는 바지와 팬티를 내렸는데..

후다닥 재빠르게 올려버렸지.

나: (후다닥 바지를 올리며) "봤지?
삼촌: (구석에서 편안히 누운 자세) "그렇게 빨리 올리면 내가 어떻게 볼 수 있노. 좀 천천히 올려라."

나: "좋다. 내 내릴 때 잘 봐야된데이."
삼촌: "그래. 알았다. 내가 올리라 그러면 올려야 된데이."
나: "좋다. 진짜로 100원 주지?"
삼촌: "그래"

나: (팬티를 살짝 내리고)  됐나?
삼촌: "조금밖에 안 보인다."
나: (조금 더 내려) "인제 보이나?"
삼촌; "안 보인다" "팍 내려라."
나: (팍~) "잘 보이나?"

삼촌은 몸을 뒹군다.

나: "100원 줘."
삼촌: "100원어치 안된다."

열받아서 한참을 달라고 보채다가...

삼촌: "내리고 가만히 있어야 된다."
나: (우씨) "좋다." "진짜 줘야된데이."
나: (팬티를 어렵게 내리고 고정된 자세로 서 있다.) 됐나?

삼촌: (구석에서 배꼽을 잡으며) "안됐다."
나: (몇초후) "이제 됐나?"
삼촌: (웃음을 주채못하며) "아직 안됐다."
...
나: (다시 몇초후) "이젠 됐나?"
삼촌: (킥킥) "아직 안됐다."
나: (쉭쉭~) "내 할매한테 일러뿐다이."

나: (울며 불며 옆방 할머니한테 가서 대성통곡을 하며 이른다.)
     삼촌이 고추 보여주면 100원 준다해서 보여줬는데 안줘~ ㅜ.ㅜ
할머니: (외삼촌을 꾸짖으며) "돈 100원 여기있다."
나: 히히 100원이다.

자기한테도 있는 걸 왜 그리 보려고 하남... 쩝~

'지난 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장난  (0) 2008.09.26
스쳐 지나간 기억과 인연들..  (0) 2008.09.26
이웃집의 절름발이 형  (0) 2008.09.26
동네 입구에 세워진 팻말엔...  (0) 2008.09.26
물고기 잡으러 따라 갔던 날  (0) 2008.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