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물고기 잡으러 따라 갔던 날

금빛오오라 2008. 9. 26. 17:16

2004. 8. 23. 작성.

 

예전엔 물이 워낙 맑고 물고기들이 우글거렸는데...
오후6시정도가 되면 어김없이 피라미때들이 노을 진 물위로 쌩생거리며 날뛰는 모습.. 가히 장관이었다.
우산을 펴 거꾸로 들고 있기만해도 잡을 수 있었으며 피라미들은 물에 잠긴 다리를 간지르며 스쳐가곤 한다.

한명이 아래에서 반두를 벌려 잡고있으면 위에서 한명이 바닥을 손으로 쓸어서 다슬기를 잡았는데, 그 양이 엄청났다.
양손으로 바닥을 쓸어 모으면 두손 가득 잡을 수 있었으니...

그때만큼은 안되어도 지금도 그곳엔 다슬기가 무척 많다.

요즘은 무척이나 귀한 것이 되었지만 그때는 은어가 엄청 많았었다.
오리망(물에 뜨는 나무나 플라스틱재질로 오리모양 등으로 엮어놓은 것)으로 몰아서 투망을 던지면 버글버글대는 은어떼들... 50마리는 거뜬했다.

어떤 분이 오리망을 뛰어넘어 도망가는 은어를 손으로 가로채 잡기도 했었는데, 아직도 그 영상은 생생하기만 하다.
밤늦게 물고기잡는데 따라갔을 때 어떤 분이 오리망을 끌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져 무릎뼈가
허옇게 드러난 기억도 나고..^^

예전의 이러한 풍경과 기억들은 내 마음속에 오래토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말썽꾸러기, 장난꾸러기였던 나의 과거를 하나 되짚어본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여름때, 아버지와 그 친구분들 고기 잡으러 가시는데 따라갔다.

집에서 아주 먼 곳은 아니었고, 차로 한 30~40분정도 거리...

몇몇 분들은 투망을 가지고 고기를 잡으러 가셨고, 아버지와 후배 한분은 자리를 잡고 앉아 소주에 금방 잡아오는 횟감을 기다리고 계셨는데...

나는 잡힌고기를 중간에서 전달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고기 잡는 분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고기 한 마리를 주시면서 아버지 계신 곳으로 갖다드리라하신다.

아저씨: "고기를 꽉 누르면 죽으니깐 조심해서 산 채로 가져가야 된다."
나: "네."

산 채로 고기를 드셔야 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물고기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조심조심해서 들고 가는데, 이놈이 쌩쌩해서 얼마나 파닥거리는 지 손에서 빠져나갈 것 같았다.
어린 마음에 약하게 지면 물고기가 도망쳐서 야단 맞는게 두려웠고, 너무 세게 잡으면 죽을 것 같아 걱정되었고...

그래서 머리를 좀 썼는데...
나: "이놈을 어떻게 가져가야 잘 갖다드릴까..."

마침 오줌도 마려워서 물고기 입을 벌리고 오줌을 쐈는데, 물고기가 몸을 파르르...
나: "별일도 아닌 것 가지고 이렇게 파르르 떨다니..^^"

그제서야 그렇게 파닥거리는 것이 좀 진정되었다. 그렇다고 죽으면 안되니 정신 좀 차리라고 물도 조금씩 먹여가면서 가져 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지와 친구분께 가져가서..
나: "물고기 가져왔어요."

아버지께서 그 후배분한테 말씀하시기를........

아버지: "자네가 먼저 먹게."
후배분: "아니, 제가 어떻게... 형님이 먼저 드세요."

아버지: "아니다. 자네가 먼저 먹어..."
후배분: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먼저 먹나요...먼저 드십시요. 전 다음에 먹겠습니다"

아버지: "자네가 먼저 먹게..."
후배분: "형님이 드세요. 제가 먼저 먹어서야 됩니까?"

아버지: "괜찮네. 자네가 먼저 먹어."
후배분: (마지못한 척 하며..) "네. 그럼 제가 먼저 먹겠습니다."

70년대 TV광고에 구봉서와 곽규석(?)씨가 형님먼저, 아우먼저를 반복하며 서로 라면먹기를  양보하다가 '그럼 내가먼저'하며 구봉서가 낼름 먹었던 장면이 기억난다.

이렇게 하여 아버지는 양보에 못이겨 후배분이 드시게 되었는데...
나의 오줌 맛을 본 물고기가 몸을 파르르 떨고 마비된 것처럼 후배분도 역시 바르르르...

후배분: 찌릿찌릿~  @$%^&@#^&

후배분: "어? 맛이 이상하네. 니 고기 어디서 가져왔노?"
나: "저기 아저씨들이 주시는 것 가져왔는데요."

후배분: (고개를 갸우뚱) "이상하네. 찌린네가 나는데...."
나: (이때 긴장함) '헉...'

후배분: "니 진짜 거기서 가져온 것 맞나?"
나: "네."

그러고는 그 자리를 느긋한 척 슬그머니 잽싸게(?) 피했다.
그 이후로 그분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며느리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몇달 후 우리 집에 그분이 오셨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어찌나 미안하던지...
어린 마음에 그분이 멀쩡히 살아계신 것보니 천만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오줌을 드시고 살아 남으셨으니...
그분도 나처럼 독종인가 보다.

고기잡는 아저씨분들이 물고기를 두 마리 주셨다면 후배분과 아버지가 사이좋게 한 마리씩 나눠 드셨을 것인데...
아직까지도 그때의 진실은 나의 기억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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