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8. 14. 작성.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어느 꼬맹이가 기억난다.
나보다 서너살이 더 어렸던 것 같다.
우리집이 3호집이었고 맨끝에 18호집이 있었다.
설날때나 추석때 등 특별한 날에만 이 꼬맹이는 18호집에 찾아왔다. 아마 18호집이 삼촌댁인것 같다.
명절때 가끔씩이라도 보게되니 조금씩 친해지게 되었는데...
나: 너 어디서 왔니?
꼬맹이: 어디어디서 왔다.
나: 너 부잔가보네. (꼬맹이는 맨날 장난감 갖고 놀고 있었으니...)
꼬맹이: 그래. 우리집 부자다. 우리집에가면 저금통에 돈 가득있다.
나: 이야.. 좋겠다.
------- 다음 명절때... 그 꼬맹이는 어김없이 다시 왔다.
나: 또 왔네. 같이 놀자..
꼬맹이: (돈 몇백원을 보여주며)내 돈 봐라. 돈 많지.. 우리집 부자라고 그랬잖아. ^^
당시 몇백원은 우리들에게 상당히 큰 돈이었다.
나: 우와 많네.
꼬맹이: 이거 니 해라. 나는 집에 많다.
나: 진짜라. 고맙다. ^^
------- 다음 명절때... 역시 그 꼬맹이는 다시 왔다.
나: 안녕~~
꼬맹이: 안녕~~ 이거봐라 돈 또 있다. 이거 해라.
나: 정말로? 우와...
꼬맹이: 혹시 명절때 내가 왔는데 못만나게 되면 다음부터는 저기(나무판 세워놓은 구석에)에 돈 숨겨둘테니깐 가져가라.
나: 어.. 알았다.
그 이후 명절때만 되면 그곳엔 600원이란 거금이 어김없이 있었다.
그후 2~3년정도동안 이러함은 계속 되었다.^^
그러나, 어느날...
18호집 아저씨가 나를 잡고는 너 꼬맹이한테 돈 뺏고 하지?
나: 아닌데요. 꼬맹이가 그냥 준 건데요..
아저씨: 거짓말하지마라...(어른들의 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해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 진짠데요...(본인은 거짓말 잘 못한다.)
이때 그 꼬맹이 나타나다... 짜잔~~~
꼬맹이: 그거 내가 준거다. 뭐라하지 마라...
아저씨: 어어.. 그래. 흠.. 다음부터 다시는 그러지 마라...
나, 꼬맹이: 네~~~
그 꼬맹이는 부자라했던 자신의 말을 확인시켜주고 싶었는가보다.
본인은 그냥 준 것을 받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말하고 싶다. 하하.^^
그 꼬맹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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