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내 딸과 5억을 줄테니 사위가 되어주게나

금빛오오라 2008. 9. 26. 17:30

2007. 10. 27. 작성. 

 

2006년 11월 11일 일기를 바탕으로 적음.

어제 밤 얼마전 건설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김씨 아저씨란 분 한테서 전화가 왔다.
다른 어떤 한분과 함께 셋이서 내일 포항에 같이 가자고 하셨다.
차가 없어서 전화를 하셨는가보다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다른 어떤 한분이 면허정지를 당해 운전을 할 수 없는 처지라 들었다.

김씨 아저씨와 이분은 4년전에 함께 일하셨다 한다.(이것이 1년전의 일이니 5년전이 되겠다.)김씨 아저씨가 누구에게 전화하려고 연락처를 찾아보다 전화하게 되었는데 잘못 걸어 이분께 연락이 갔다고 했다.
아무튼 이 두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우연한 만남이 되었다.

김씨: "자리에 세명 다 탈 수 있나?"

나: "아니요. 못타요. 2명밖에..."
     "3명타려면 한명은 뒷좌석에 간이의자 놓고 타고가면 되긴되는데 불편해서.."

그러자 뒤에서 이런 말이 들렸다.

그분: "그럼 뒤에 실려서 가지 뭐."

김씨: "그럼 내일 아침 7시반에 어디어디에서 만나자." 하며 끊으셨는데..

그냥 '네~' 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전화통화중에 그분이 '내일 하룻밤세고 와도 되고..' 라고 말씀 하시는 것을 들었다.
적지않게 부담이 되었다. 포항에 가고자하는 마음들이 너무 적극적이시어 어떻게 거부도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이 전화받고 '나는 거절에 왜 이렇게 약하지' 하며.. 스스로에게 하소연을 했고, 앞으로 다시는 어설프게 남에게 이끌려 내가 곤란해지는 일이 없길 스스로 다짐했다.

아무튼 무엇인가에 홀린 듯 그냥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는데..
마침내 만나기로 한 오늘~ 나는 약속장소에 10여분 늦게 도착했고 김씨아저씨는 20여분 늦으셨다. 다른 사람이 안나올 것 같아서 나올까말까 하다 오셨다 한다.^^
그분은 미리 나와계신듯 했다. 가장 적극적이신 듯.^^

별로 단정해 보이지 않는 그분에게 인사 드렸다.
자신이 뒤에 타겠다고 극구 고집하셨다.
좌석이 앞 두자리밖에 없는 2밴이어서 뒤에 한분은 낚시용 간이의자를 놓고 불편하게 가야만 했다.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연세 많으신 분이어서 어쩌다가 다치지나 않을런지.. 그래서 급출발, 급제동도 하지 않고 아주 조심해서 운전을 했다.
운전하는 것이 적지않게 피곤했다. 더군다나 쇼핑몰 준비하느라 어제 잠을 1시간반 정도밖에 못잤으니..

이분은 한 달에 한 번은 꼭 바다를 봐야 속이 뚫린다 하셨다.
영덕 강구에 도착해서 주차할 수 있는 곳의 거의 마지막 부근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대게를 먹었는데..
북한산이라 했다. 아직 좀 일러 제 철이 아니라 단맛이 덜했다.
그 분이 대게의 다리살을 직접 까서 내 앞에 어찌나 많이 쌓아 놓으시는지...^^
그분: "뭐 그런 것 빨고 있어. 그거 버리고 이거 먹어~"

그러나 정작 자신은 살없는 다리부분을 주워서 이건 이렇게 먹는 것이라며 가위로 잘라서 드셨다.;;
겉보기엔 초라하며 여의셨고, 빠진 이 덕분에 없어도 보였지만 참으로 소탈하고 진실된 분임을 알 수 있었다.
술은 먹지 않으니 직접 까서 앞에 놓으신 대게만을 꾸역꾸역 배가 불러오도록 아주 많이 먹었다.

잠시 몇마디 얘기를 나누다 나이도 나오고 미혼이란 말까지 나오게 되었는데, 날 보는 눈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딸이 둘 있는데 둘다 사법고시패스했다하셨다. 첫째는 3번만에 합격했고 둘째는 1번만에 합격했다 하셨다.
토지를 보상받은 금액이 상당한 모양이었다. (내겐 상세히 말씀하셨지만 생략. 대구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곳의 위치였다.)

그분: (나를 �어보시며) "냉정한 것 같기도 하고 털털한 것 같기도 하고..."
나: "네. 잘 보셨습니다. 두가지 다 갖고 있습니다."

그분: "동그라미도 아니고 곱하기도 아니고 세모.."
나: ^^(나를 두고 저울질 하셨다.)

그분: "4년만에 마음에 드는 사윗감 봤네~"
        "내딸이 아버지가 정해주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시집가겠다고 했어~"

        "둘째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첫째가 없는데 결혼해 주게나."

나: "둘째딸은 안되나요?^^
그분: "둘째딸은 애교도 많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큰딸은 조금만 비위 맞춰주면 참 좋은 애인데.."

나: "나이도 10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그분: "나이는 별것아냐."

그분: "조카도 둘 있는데 어때?"
       "일단 만나는 봐야 하잖아."

그분: "돈은? 벌어놓은 것 좀 있는가?
나: "없습니다."

그분: "그까짓 돈 내가 5억주면 되잖아."
        "자네(김씨아저씨)덕분에 신사장을 알게 되었으니 자네(김씨아저씨)가 어려울 때 말하면 2억을 그냥 주겠네."

아쉬워하시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후엔 안달이 나신듯 했다.

식사가 거의 끝날무렵 과음을 하셨다. 또 나의 의사를 확실히 알고 싶으셨는지 캐 물으셨다.
대충 넘어가고자 했는데 더이상 피하는 것은 무리라 생각했다.

나: "전 여자에 관심도 없고 지금은 할 일이 있어 바빠서.."(쇼핑몰을 운영하고자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느낌은 그리 와닫지 않았다. 내가 왜 그렇게 거절 했는지... 경솔하진 않았는지... 라는 생각도 든다.  
또 항상하고 있는 생각이 있다.
나의 독특한 사고와 의식을 이해해주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런 사람 찾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항상 머리속에 잠재되어 있다.
섯부른 판단은 어떤 이에게 불행을 초래할 것 같다는 걱정도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그때에도 무의식적으로 지배했던 것 같다.
그래서 혼자인 것에 대해 익숙해 진 것이 아닌가 싶다.

돌아오는 길엔 포항의 어느 시장에 들러 쥐포와 오징어를 사셨다.
단골이신 듯 했다. 전화걸어 일부러 그곳까지 찾아갔으니..
쥐포가 좋아?~ 오징어가 좋아?~ 물으셨다.
쥐포를  선택했다. 내게 쥐포 한꾸러미를 주셨다.(나중에 먹어보니 어찌나 맛이 있던지.. 어렸을 적 먹어봤던 바로 그 맛이었다. 양도 많았다.)

그분: "우리집에 쇠고기국 먹으러 같이 갈까?"
이미 약주가 많이 되셨고 나도 준비가 안되어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다음에 가겠다하니 이번엔 김씨아저씨를 데려가려고 하셨다.

위 대화에는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지만, 연세도 많으신 분이 '신사장~ 신사장~" 하며 경어로 대해주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흥건이 취하신 그분이 김씨아저씨에게 돌아오는 차안에서 반복해서 말씀 하셨다.
그분: "니가 어떻게 신사장을 알고 있노."

..............

그분은 잠시라도 대화가 끊기면 김씨아저씨에게 대화 좀 하라고 다구쳤다.
그분: "운전하시는데 대화를 해야 잠이 안오지."
내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셔던 듯 하다.

그분: "신사장~ 너무 빨리달리는 것 아닙니까?"
나: "올때와 똑같은 속도입니다. 60km요^^"

휴게소에 들렀다.
김씨아저씨가 화장실 가셨을 때 술한잔 더 하시는 동안 걱정스런 마음으로 말씀을 드렸다.

나: "돈있다는 말씀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 마세요."
     "돈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년에 초라해질 수 있으십니다."
     "선하시고 베풀기 좋아하셔서.." 이분의 관상을 보고 말씀드렸다.

그분: "나도 잘 알아. 보상금빼곤 나머지 재산은 마누라한테 다 맡기고 있어. 나도 사람보는 눈이 있다고.. 내가 20년동안 회사운영하면서 사람 많이 다뤄봐서 잘 알아. 아무한테나 이런 말 하지 않아."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저녁늦게 그분 집앞에 도착했다.
술에 취해 걸음조차 잘못 걸으셨는데 소고기국을 먹으러 가자고 반복해서 말씀을 하신다.
자신의 집 위치까지 정확히 알려주시면서..

부축해주며 따님들이 있다는 그 댁까지 같이 들어가기도 뭐하고..
그래서 김씨아저씨께 부탁을 드렸다. 김씨아저씨도 부담이 되시는 듯 했다.
잠시 부축해드리고 편안히 들어가시길 바랬다. 한편으론 안타까웠다.

나: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분이 내게 마지막으로 하셨던 말씀..
그분: "쥐포 맛있으면 내한테 전화해~ 또 사줄께~"

헤어질 때 아쉬워 하시던 표정과 비틀거리며 쳐진 어깨로 돌아가시던 뒷모습이 어찌나 서글퍼보였는지..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쉬운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밖에 대해드리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비록 쇼핑몰을 준비하느라 바쁘고 정신이 없었던 때였지만 소고기국은 같이 했어야 하는건데..

그 따님이라는 분은 재력있으신 부모와 학벌, 그리고 장래를 모두를 가졌으니 나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필을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나를 만나지 않아 고생은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지금도 마트에 파는 쥐포를 볼 때나 소고기국을 끓일 때면 그때의 일이 가끔 생각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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