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똥철학

미스터리특공대 '혼령이 깃든 나무'

금빛오오라 2008. 9. 26. 19:24

2008. 7. 7. 작성.

 

SBS미스터리특공대에서 '혼령이 깃든 나무'라는 소재를 다루었다.
나무에 혼령(=귀신)이 붙어 있다는 것을 밝히려는 것이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아 확실히 증명하기 어려워 기계적 중립성을 띠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원인분석보다는 결과에 대해서 더 큰 호기심을 가진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고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원인을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문제해결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방법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증명이 잘 안되니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신비주의 역시 좋은 것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안동, 안성, 울산의 나무를 보여줬는데, 주민들은 이런 나무의 신비함에 대한 믿음이 매우 강하다.

제작진은 안성의 나무를 찾아갔다.
아마 나무 주변이 모두 논이라 취재하기 용이해서 안성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안동댐의 나무를 취재하기란 매우 어렵다. 폭이 좁은 일직선도로라서 속도를 내다가 급정거하는 경우가 많아 나무 주변에 다가서는 것 조차도 위험하다. 오후엔 교통량도 많다.
안동댐의 나무만큼 혼령이 많이 붙은 나무는 보기 어렵다.

 사진1. SBS미스터리특공대. 2008. 7. 3. 방송. 안동의 나무


영상1. SBS미스터리특공대. 2008. 7. 3. 방송. 안동의 나무

안동의 주민이 "포크레인까지 고장나고 하니.."라고 말씀하셨는데,
당시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포크레인(=엑스커베이터)으로 나무를 해하려다가 포크레인의 이빨이 부러졌다 했다.

안동댐건설때 진입로에 있는 큰 나무가 교통에 방해된다하여 수차례 베고자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급기야 이 나무를 베도록 하기위해 시청에서 현상금을 내걸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자 현상금은 올라갔다.

뒤늦게 본인을 포함하여 몇명이서 함께 이 나무를 베겠다고 시청에 전화를 했다. 지금부터 12~13년 전이다.
시청직원 왈' "이제 그 나무 베지 않고 그냥 놔두기로 했습니다." 하였다.
그래서 그만두었는데, 베려고 했던 것은 좋은 일이라 할 순 없다.
수련을 깊이하여 어떤 능력을 가진 자라해도 쉽게 벨 수 없으며, 그만큼의 것을 반드시 보상해줘야만 한다.

전국 곳곳에는 이런 '혼령이 깃든 나무'가 많다.
이 나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나무에 붙어있는 혼령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나무들은 오래된 나무들이다. 그럼, 왜 오래된 나무들 모두가 그러하지는 않은걸까?

이 나무들은 주로 마을입구에 있는 경우가 많고, 마을 중심에 있는 경우도 있다.
비가 올 땐 마을주민들이 나무가지 밑에서 비를 피하기도 했고, 더울 땐 나무그늘아래서 더위를 피하기도 하고, 시원한 수박도 깨어먹고, 동네 어르신들은 바둑과 장기를 두고, 애들이 모두 모여 즐겁게 노는 장소였다.
마을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마을놀이터이며 마을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마을주민들이 죽어서 혼령이 된다해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죽은 후에도 이전처럼 그 나무에서 놀고 자고 하는 것이다. 살아생전에 나무에 애착을 많이 가졌던 사람일수록 이러함은 더 강하다.
집착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것에 대한 믿음은 더 강하며 세월이 흐를수록 이것은 더 강해진다.
이러한데 이 나무를 해치려 할 때 가만히 놔둘리가 있겠는가.

나무에 해가 되는 일을 저지르려고 할 때는 그들이 경고를 한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돌이켜 생각할 수 있게끔 고통을 주어 뜻을 전달한다.
너무 무지해서... 혹은 이러함을 완전히 무시하는 자에게는 경고만으로 끝나지 않으며 목숨을 거둬버린다.

이런 현상들이 일어남으로서 마을 주민들은 '나무가 영험한 능력을 지녔다' 혹은 '나무에 혼령이 있다'라 생각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로 모신다.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소원을 빌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이 나무를 영험하게 볼수록... 이 나무 앞에 머리를 숙이며 경외할수록... 나무에 붙어있는 혼령은 뿌듯해 한다. 제사상도 받아 먹으니 싫어할 리 없다.

이 혼령들은 수문장처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
나무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이 마을을 지켜준다는 믿음을 죽어서도 그대로 가져가 자신이 지키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믿음이 그것을 지키도록 만든 것이며, 나무가 지켜주는 것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믿음을 가지게 된 마을주민들이 죽으면 죽은 이들이 또 그 나무에 붙게 된다. 이곳이 점점 유명세를 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거기에 딸려 온 영들도 붙는다.
그래서 '혼령이 깃든 나무'에 혼령들이 점점 늘어나 군집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그 영혼의 존재가 물질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영원하지 않다. 대개 100년이 지나면 영혼은 빛바랜 사진처럼 서서히 흐려지게 된다. 그래서 대개 3~4대까지 제사를 지내며 그 윗대는 모두 몰아 기제사를 지낸다.

사람은 환생하지 않는다. 환생한다면 영혼(=귀신)이 없어야 하며, 제사를 지내지 않아야 한다.
환생은 권선징악차원에서 만들어낸 종교적 교화의 한 방편이었다.
영혼(=귀신)들은 자신을 인정해주는 것에 매우 큰 감동을 한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 존재이니 다수가 부정하며 인정조차 하지 않아 매우 답답해하기 때문이다.

사연 많은 영혼일수록 할 말은 많은데 누구도 알아 주지 않는다. 오죽 답답해하고 있으랴.
한이 맺힌 영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것만에도 큰 감동을 하며 그것만으로도 한이 많이 풀리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라는 것이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변하려 하지 않으려하니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것은 살아생전 보다 훨씬 더 어렵다. 정체되어 있어 나이도 먹지 않는다.
죽어서의 영적 성숙은 살아 있을 때와 달리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대개가 자신의 집착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고 그것에 얽매이게 되며, 일부는 처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이것은 살아 있을 때의 수양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살아 생전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무시하는 사람이나 악행을 많이 저지른 사람일수록, 영혼만 남게 되었을 때의 존재는 불안정하고 온전하지 않으며 자신을 고집하여 반복해서 일을 저지른다.

나무에 붙은 혼령들이 그러하다는 게 아니다.
핵심은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지옥인 것이다. 지옥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신에 의해 판결받아 가는 곳이 아니다.
신은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으며 인간을 심판하지 않는다.

이 나무들을 보는 바람직한 관점은?

 사진2. SBS미스터리특공대. 2008. 7. 3. 방송. 안성의 나무


영상2. SBS미스터리특공대. 2008. 7. 3. 방송. 안성의 나무

안성의 '혼령이 깃든 나무'라 하는 것인데, 주변이 모두 논이다. 그러나 마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부터 논이 아니라 마을주민이 모여 휴식을 취하던 장소였을 것이다.

 사진3. SBS미스터리특공대. 2008. 7. 3. 방송. 울산의 나무


영상3. SBS미스터리특공대. 2008. 7. 3. 방송. 울산의 나무

울산의 나무 역시 마을 입구에 있다.
방송에서는 '나무 때문에 기형적인 모양이 된 도로!'라 했지만, '도로가 나무를 가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나무가 있는 자리에 도로를 낸 것이지 도로에 나무가 끼어 든 것이 아니다.

이런 '혼령이 깃든 나무'는 전국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다.
살아생전의 집착이라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이런 황당한 결과를 가져오며, 이들이 저지르는 모든 일이 합당하다 할 순 없다.
정도가 지나치면 좋을 것이 없다.

컴퓨터를 무척 좋아하고 애착을 가지는 사람 역시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돈을 무지 좋아하여 탐욕스러운 자나, 그것에 한이 맺힌 사람 역시 죽어서도 돈에 얽매여 영원히 이것으로부터 풀려나지 못한다.
이성을 좋아하는데 지나쳐 집착하게 된다면 죽어서도 계속 반복한다. 색정귀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작게 보면 다르지만 크게 보면 다 같다. 자신의 마음이 집착을 만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와 영향, 증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 하여 모두를 무시해버려서는 안되며, 나름 이유있는 것은 인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